17. 웃하늘

‘웃하늘’은 ‘위에 있는 하늘’의 뜻으로, 입천장을 말한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이 하늘이듯 입안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의미다. 입천장은 아주 부드러운 살로 되어 있어 낮은 온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입안과 코안을 가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①무산 무사, 지저운 거 먹단에 웃하늘 활딱 벳겨젓젠 으난에.(왜는 왜, 뜨거운 거 먹다가 입천장 활딱 벗겨졌다고 하니까.)

②짐 안 나는 거렌 옴막 들러먹단에 웃하늘 데어불엇덴 아라.(김 안 나는 거라고 옴쏙 ‘들러먹다가’ 입천장 데어버렸다고 하더라.)

③가시 웃하늘에 박아진 건 게도 좋은 폭. 목에 걸어졋덴 허여봐. 거 사름 화륵허여져.(가시 입천장에 박힌 건 그래도 좋은 폭. 목에 걸렸다고 해봐. 거 사람 화급해져.)

예문 ①은 ‘왜 입천장이 헐었는데?’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왜는 왜, 뜨거운 거 먹다가 입천장 활딱 벗겨졌다고 하니까.” 하는 뜻으로, 뜨거운 것 먹다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사’는 표준어 ‘왜’에 해당하며, ‘활딱’은 ‘시원스레 벗거나 벗어진 모양’을 나타내는 어휘이다. ‘지접다’는 ‘매우 뜨겁다’는 의미를 지닌 어휘로, ‘지지다[煎, 烙]’의 어간 ‘지지-’에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업다’가 연결되어 이루어진 어휘다. 이는 마치 ‘미덥다’가 ‘믿-+-업다’, ‘어지럽다’가 ‘어지르-+-업다’ 구성으로 형성된 것과 같다.

예문 ②는 생활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문장으로, “김 안 나는 거라고 옴쏙 ‘들러먹다가’ 입천장 데어버렸다고 하더라.” 하는 뜻이다. 금방 내온 음식이 김이 솟아오르지 아니한다고 해서 얼른 집어먹다가 입안이 헐게 될 터이니 조심하라는 경구(警句)인 셈이다. ‘짐’은 표준어 ‘김[烝]’에 해당하며, ‘들러먹다’는 ‘음식을 한꺼번에 한입 가득 집어넣어서 먹다.’는 의미를 지닌 어휘다. 이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다.

예문 ③은 바닷고기를 먹다가 가시가 입천장에 박혔을 때 하는 말로, “가시 입천장에 박힌 건 그래도 좋은 폭. 목어 걸렸다고 해봐. 거 사람 화급해져.” 하는 뜻이다. 곧 가시가 입천장에 박힌 경우는 쉽게 뽑을 수가 있지만 목에 걸렸을 때는 침 삼키는 것 등등이 여간 불편하지 않아 사람을 화급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여기서 ‘폭’은 ‘셈, 처지, 형편’의 뜻으로 쓰이는 어휘로, 표준어 또한 ‘폭’이다. ‘화륵허다’는 표준어 ‘다급하다, 화급하다’에 해당한다.

이 ‘웃하늘’은 ‘웃+하늘’ 구성으로, 이때 ‘하늘’은 문헌 어휘 ‘하’에서 온 말이다.

○모로미 혀 하 우희 븓티고 힘 어  이블 감므러 내쉬디 마라(모름지기 혀를 입천장 위에 붙이고 힘 매우 써서 입을 옥다물어 내쉬지 마라)(≪분문온역이해방≫:17)

○리 아긔 입안 목졋 아 하 우흘 보면 부픈 거시 셕뉴  니 잇거든 손톱브로 지버 혀 피 나거든 보라온 명디로 스서 업시고(빨리 아기 입안 목젖 앞에 입천장 위를 보면 부푼 것이 석류 씨 같은 것 있거든 손톱으로 집어 떼어 피 나거든 보드라운 명주로 씻어 없애고)(≪언해태산집요≫:68)

≪본문온역이해방≫의 내용은 전염병을 앓는 사람의 방을 출입할 때는 “혀를 입천장 위에 붙이고 힘 매우 써서 입을 옥다물어 (숨을) 내쉬지 마라” 하는 뜻이고, ≪언해태산집요≫의 내용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빨리 아기 입안 목젖 앞에 입천장 위를 보면 부푼 것이 석류 씨 같은 것 있거든 손톱으로 집어 떼어 피 나거든 보드라운 명주로 씻어 없애고” 하는 의미다. 이들 문헌에서의 ‘하’은 다같이 ‘입천장’을 뜻한다. 입천장으로서의 ‘하’은 ‘가을 하늘’의 ‘하’과 구별하기 위하여 ‘입’을 덧붙여 ‘입하’로 나타내어[巧舌(교설)○입하(≪몽어유해≫보:6)] 그 뜻을 분명하게 하기도 하였다.

결국 ‘입천장’을 뜻하는 ‘하’이 제주어에서는 ‘웃하늘’로 남아 쓰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