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고남허다

‘고남허다'는 '잘잘못을 평가하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꼲다' 또는 '꼬느다'에 대응한다. '고남허다'는 달리 '꼬노다, 꼬놓다'라 하는데, 중신할 때 많이 쓴다. 중매쟁이가 새신랑과 새색시 될 상대방의 면면을 견주어서 엇비슷할 때 다리를 놓는다. 이때 '면면을 견주어 보는 것'이 '고남허는' 것이 되고, 또 사주를 놓고 궁합이 좋은가 나쁜가를 알아보는 것 또한 '고남허는’ 것이 된다.

①게난게 고남헤서 행실도 얌전허곡, 누게 허벅 졍 가멍 질칼르지도 아녕 조심허곡 헤라 경. 교양미 보는 거거든.(그러니까 꼲아서 행실도 얌전하고, 누가 물동이 져 가며 가로타지도 않아서 조심하고 하더라 그렇게. 교양미 보는 것이거든.)

②고남헤도양 어반당헐 거우다게. 반에 반 숭이난게 그냥 메누리 헙서게.(꼲아도요 엇비슷할 겁니다. 반에 반 흉이니까 그냥 며느리 하십시오.)

③주 주민게 신랑집의선 고남헹 날을 받아 와.(사주 주면 신랑집에서는 꼲아서 날을 받아 와.)

④검질 수눌엉 메멍덜 그 집 아방은 술푸데라라, 그 집의 아방도 노름젱이라라, 그 집 어멍은 누구네 인디 어디 여난 거여, 우시게덜 헤나믄 그게 고남허는 것이 뒈어불어. 게난 입이 담 뒌다는 거지.(김 품앗이해서 매면서들 그 집 아버지는 술고래라더라, 그 집의 아버지도 노름꾼이라더라, 그 집 어머니는 누구네 딸이라도 어디 재혼한 거야 우스개들 하고 나면 그게 꼲는 것이 되어버려. 그러니까 입이 담 된다는 거지.)

예문 ①은 '고남허다'의 뜻을 물었을 때 대답으로, 그러니까 꼲아서 행실도 얌전하고, 누가 물동이 져 가며 가로타지 않아서 조심하고 하더라 그렇게. 교양미 보는 거거든.' 하는 말이다. 곧 '고남허다'는 '교양미 보는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질칼르다'는 '길을 앞에서 가로질러 가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가로타다'에 대응한다. '질칼르다'는 '질ㅎ+갈르다' 구성으로, 달리 '질카르다', '질갈르다'라 한다.

예문 ②는 '중진애비(중신아비)'가 하는 말로, '꼲아도요 엇비슷할 겁니다. 반에 반 흉이니까 그냥 며느리 하십시오.' 하는 뜻이다. 그렇게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으니 그냥 며느리로 삼았으면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어반당허다'는 표준어 '엇비슷하다'에 대응하며, '반에 반 숭'은 말뜻 그대로 50%대 50%라는 말이다.

예문 ③은 결혼 날짜는 신랑집에서 정한다는 것으로, '사주 주면 신랑집에서는 꼲아서 날을 받아 와.' 하는 뜻이다. 물론 '사주(四柱)'는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로, 새색시 집에서 신부의 사주를 넘겨주민 신랑집에서는 날 보는 사람을 찾아가서 궁합을 보고, 이에 알맞은 날짜를 받아 오는 것이다. 여기서 '날을 받다'는 '날짜를 정하다' 하는 뜻으로 쓰이는 관용 표현이다.

예문 ④는 김매면서 했던 우스갯소리가 '고남헌' 결과가 된다는 것으로, 말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계의 뜻을 지니고 있다. 곧 '김 품앗이해서 매면서들 그 집 아버지는 술고래라더라, 그 집의 아버지도 노름꾼이라더라, 그 집 어머니는 누구네 딸이라도 어디 재혼한 거야, 우스개들 하고 나면 그게 꼲는 것이 되어버려. 그러니까 입이 담 된다는 거지.' 하는 뜻이다. 여기서 '수눌다'는 '품앗이하다', '술푸데'는 '술고래', '노름젱이'는 '노름꾼'을 말한다. '여나다'는 '헤어지다'의 뜻으로, '재혼하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우시게'는 '우스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