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이석

‘이석’은 ‘곡식이나 과일, 고구마, 나물 따위를 거둘 때 흘렸거나 빠뜨린 낟알이나 과일, 고구마, 나물을 이르는 말’로, 표준어 ‘이삭’에 대응한다. 만일 ‘이삭’이 ‘벼, 보리 따위 곡식에서, 꽃이 피고 꽃대의 끝에 열매가 더부룩하게 많이 열리는 부분’이라고 하면 그 대응 방언형은 ‘고고리’가 된다. 또 ‘농작물을 거두고 난 뒤 땅에 떨어지거나 빠뜨린 낟알이나 과일, 고구마, 나물 따위를 줍는 것’을 ‘이석줍다, 이석줏다’라 한다. 표준어 ‘이삭줍기하다’에 해당한다. 조무래기들의 ‘이석줍기’는 대부분은 고구마 줍기다.

①이석은 주로 감저 안 간 사름이 감저 파난 밧듸 감저 봉그레 가.(이삭은 주로 고구마 안 간 사람이 고구마 팠던 밭에 고구마 주우러 가.)

②먹을 거 어려우난게 감저 이석을 줏이레도 뎅겨나곡.(먹을 거 어려우니까 고구마 이삭을 주우러도 다녔었고.)

③이석줏어다가 뭘 허냐 허면은 그런 거는 주로 사름이 먹젠 안 허고, 도새기튼 거 먹으면은 도새기가 찌주게. 감저 먹으민 찌니까.(이삭줍기해다가 뭐 하냐 하면 그런 거는 주로 사람이 먹으려고 않고, 돼지같은 거 먹으면 돼지가 살찌지. 고구마 먹으면 살찌니까.)

④비가 오라나믄 어디서 감저가 쪼금 보이면은 파니 그거라 이석줍는다고 헷는데. 엇는 사름은 줏어다 먹고, 여유 잇는 사름은 줏어다가 도새기도 멕이곡. 또 그런 걸로 헤서 이제 아 가지고 술을 헤여, 술.(비고 오고 나면 어디서 고구마가 조금 보이면 파니 그거보고 이삭줍기한다고 했는데. 없는 사람은 주워다 먹고, 여유 있는 사람은 주워다가 돼지도 먹이고. 또 그런 걸로 해서 이제 삶아 가지고 술을 해, 술.)

예문 ①은 ‘이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삭은 주로 고구마 안 간 사람이 고구마 팠던 밭에 고구마 주우러 가.’ 하는 뜻이다. 고구마 안 간 사람이 고구마를 파고 난 밭에 이삭을 주우러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감저’는 표준어 ‘고구마’를, ‘밧듸’는 ‘밭에’를 말한다. ‘봉그다’는 ‘물건을 거저줍다’, ‘물건을 찾아내다’, ‘자식을 얻다’ 등의 뜻을 지닌 어휘로, 여기서는 첫째의 ‘물건을 거저줍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예문 ②는 살림살이가 어려운 사람들이 고구마 이삭을 주우러 다녔던 이야기로, ‘먹을 거 어려우니까 고구마 이삭을 주우러도 다녔었고.’ 하는 뜻이다. 여기서 ‘줏다’는 표준어 ‘줍다’에 대응하는 어휘이며, ‘뎅겨나고’는 ‘다녔었고’로 대역된다. ‘뎅기다’는 ‘다니다’에 대응하는 어휘다.

예문 ③은 ‘이석줏다’가 쓰인 경우로, ‘이삭줍기해다가 뭐 하냐 하면 그런 거는 주로 사람이 먹으려고 않고, 돼지같은 거 먹으면 돼지가 살찌지. 고구마 먹으면 살찌니까.’ 하는 뜻이다. 고구마 ‘이석줏기’가 돼지 먹이를 구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여기서 ‘도새기’는 표준어 ‘돼지’, ‘찌다’는 ‘살찌다’에 대응한다.

예문 ④ 또한 ‘이석줍다’가 쓰인 경우다. 없는 사람은 식량으로 하고, 여유 있는 사람은 돼지 먹이나 술의 재료로 썼다는 것이다. 비가 내리고 나면 흙이 쓸리어 땅속에 있던 고구마가 곧잘 드러나기 때문에 이삭줍기가 수월해진다. 곧 ‘비고 오고 나면 고구마가 어디서 조금 보이면 파니 그거보고 이삭줍기한다고 했는데. 없는 사람은 주워다 먹고, 여유 있는 사람은 주워다가 돼지도 먹이고. 또 그런 걸로 해서 이제 삶아 가지고 술을 해, 술’ 하는 뜻이다. 여기사 ‘엇다’는 표준어 ‘없다’, ‘잇다’는 ‘있다’, ‘다’는 ‘삶다’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