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얄룹다

‘얄룹다’는 ‘두께가 두껍지 아니하다.’ 또는 ‘묽고 연하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얇다’에 해당한다. 달리 ‘얄루다’, ‘얍다’라 한다.

①감저 멕인 돗베설로 수웨 담지 못허여. 베설이 얄루왕 안 되어.(고구마 먹인 돼지창자로 순대 담지 못해. 창자가 얇아서 안 되어.)

②자리젓 너무 얄루왕은 안 되어, 헤카져불엉.(자리젓 너무 얇아서는 안 되어. ‘헤카져’ 버려서.)

③물김치, 무수 짝짝 얄룹게 가까근에 소금  절엿다근에 물 놩 놔두민 꼼 새코롬허민 그것이 물김치라.(나박김치, 무 짝짝 얇게 깎아서 소금 조금 절였다가 물 넣어서 놔두면 조금 새콤하면 그것이 나박김치야.)

④계란 나믄  일곱 갠 지질 거라. 이렇게 얄룹게 지졍. 나 생각에 막 얄룹게 헹 짖더라고. 이젠 이 계란 이만썩 지져, 막 넙작. 우리 애기어멍네 짖는 건 막 넙작넙작헤.(계란 하나면 한 일곱 개는 지질 거야. 이렇게 얇게 지져서. 내 생각에 아주 얇게 해서 지지더라고. 이제는 이 계란 이만큼씩 지져. 아주 넓적. 우리 아이어머니네 지지는 건 아주 넓적넓적해.)

예문 ①은 순대 재료인 돼지 창자에 대한 이야기로, ‘고구마 먹인 돼지창자로 순대 담지 못해. 창자가 얇아서 안 되어.’ 하는 뜻이다. 돼지 먹이로 고구마를 먹이면 창자가 얇아져서 순대 재료로 쓸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감저’는 표준어 ‘고구마’, ‘돗베설’은 ‘돼지창자’를 말한다. ‘수웨’는 달리 ‘수에, 피창’이라 하는데, 표준어 ‘순대’에 해당한다. 잔치와 같은 큰일 때 만들어 손님을 대정하였다.

예문 ②는 자리젓을 만들 때 자리돔과 소금의 비율에 대한 이야기다. 그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리젓이 잘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데, 이 예문은 소금이 적었을 때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다. 곧 ‘자리젓 너무 얇아서는 안 되어. ‘헤카져’ 버려서.’ 하는 뜻이다. 소금이 적어서 맛이 심심해지면 자리돔의 살이 ‘헤카져서’ 자리젓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헤카지다’는 ‘흙덩이나 가루 덩이 따위가 물에 풀리어 아주 잘게 바수어지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마뜩한 대응 표준어는 없다.

예문 ③은 나박김치에 대한 이야기로, ‘나박김치, 무 짝짝 얇게 깎아서 소금 조금 절였다가 물 넣어서 놔두면 조금 새콤하면 그것이 나박김치야.’ 하는 말이다. 무를 얇게 깎아서 소금에 절였다가 물을 부어서 맛이 새콤하게 되면 그게 나박김치라는 것이다. 여기서 ‘물김치’는 표준어 ‘나박김치’, ‘무수’는 ‘무’, ‘가끄다’는 ‘깎다’, ‘’과 ‘꼼’은 ‘조금’, ‘새코롬허다’는 ‘새콤하다’에 대응하는 어휘다.

예문 ④는 계란으로 전(煎)을 지질 때의 이야기로, ‘계란 하나면 한 일곱 개는 지질 거야. 이렇게 얇게 지져서. 내 생각에 아주 얇게 해서 지지더라고. 이제는 이 계란 이만큼씩 지져. 아주 넓적. 우리 아이어머니네 지지는 건 아주 넓적넓적해.’ 하는 뜻이다. 우리 때는 아주 얇게 해서 일곱 개 정도 지졌는데, ‘애기어멍네’는 아주 넓적넓적하게 지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헹’은 ‘해서’, ‘짖다’는 ‘지지다’에 해당한다. 또 ‘넙작’은 ‘넓적’, ‘넙작넙작허다’는 ‘넓적넓적하다’, ‘애기어멍’은 ‘아이어머니’에 대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