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피짝

‘피짝’은 ‘갑자기 성질을 내는 모양’ 또는 ‘갑자기 방향을 돌리는 모양’의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팩’에 대응한다. 이 ‘피짝’은 ‘다’ 접미사가 연결되어 ‘피짝다’를 형성하기도 한다. ‘피짝다’는 ‘갑자기 성을 내다.’라는 뜻으로, 표준어 ‘팩하다’에 해당한다.

①잘못헌 거 뭐우깡 허멍 피짝 성질을 부려. 냉중엔 사름신듸도 대여들멍 뭐 렴직이나.(잘못한 거 뭡니까 하며 팩 성질을 부려. 나중엔 사람한테도 대들며 뭐 때릴 것 같이나.)

②경 기분 나쁜 말도 아닌듸 피짝 돌아상 가불더라고.(그렇게 기분 나쁜 말도 아닌데 팩 돌아서서 가버리더라고.)

③그만썩 헌 말에 피짝허멍 비질비질 가불언게.(그만씩 한 말에 팩하며 베슬베슬 가버리더라고.)

④사름만 피짝허는 건 아니란게. 고넹이도 피짝헨에 쥉이도 죽여근에 물어다 놓고 경. 포마시허는 거주 뭐.(사람만 팩하는 건 아니더라고. 고양이도 팩해서 쥐도 죽여서 물어다 놓고 그렇게. 앙갚음하는 거지 뭐.)

예문 ①은 ‘피짝’이 ‘갑자기 성질을 내는 모양’의 뜻으로 쓰인 경우로, ‘잘못한 거 뭡니까 하며 팩 성질을 부려. 나중엔 사람한테도 대들며 뭐 때릴 것 같이나.’ 하는 말이다. ‘팩 성질을 내더니 나중에는 때릴 것 같이 대들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뭐우깡’은 ‘무엇입니까’, ‘피짝’은 ‘팩’, ‘냉중엔’은 ‘나중에는’, ‘사름신듸도’는 ‘사람한테도’, ‘대여들다’는 ‘대들다’에 해당한다. ‘렴직이’는 ‘때릴 것 같이’ 하는 뜻이다.

예문 ②는 ‘피짝’이 ‘갑자기 방향을 돌리는 모양’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그렇게 기분 나쁜 말도 아닌데 팩 돌아서서 가버리더라고.’ 하는 뜻이다. 말에 오해가 생겨서 돌아서서 가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돌아사다’는 표준어 ‘돌아서다’에 대응하며, ‘가불더라고’는 ‘가버리더라고’ 하는 뜻이다.

예문 ③은 ‘피짝허다’가 쓰인 경우로, ‘그만씩 한 말에 팩하며 베슬베슬 가버리더라고.’ 하는 뜻이다. ‘그만썩 헌 말’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말한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지만 말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이어서 ‘피짝허멍’ 돌아서서 가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말이 어렵고 무서운 것이다. 여기서 ‘피짝허다’는 표준어 ‘팩하다’에 대응하며, ‘비질비질’은 ‘힘없이 걸어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표준어 ‘베슬베슬’ 또는 ‘배슬배슬’에 대응한다.

예문 ④ 또한 ‘피짝허다’가 쓰인 경우로, ‘사람만 팩하는 건 아니더라고. 고양이도 팩해서 쥐도 죽여서 물어다 놓고 그렇게. 앙갚음하는 거지 뭐.’ 하는 뜻이다. ‘피짝허는’ 건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도 팩하더라는 것이다. 고양이는 영리한 동물이어서 사랑스러워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도 싫어하는 눈치가 보이기나 척지면 쥐나 뱀을 죽여서 물어다 놓으며 앙갚음도 하는데 이를 두고 하는 말이 곧 예문 ④이다. 여기서 ‘고넹이’는 ‘고양이’, ‘쥉이’는 ‘쥐’, ‘포마시허다’는 ‘앙갚음하다’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