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속빠다

‘속빠다’는 ‘속 빼다’는 뜻으로, ‘남의 속마음을 슬그머니 떠보다.’라는 의미를 지닌 어휘로, 표준어 ‘뜨개질하다’ 또는 ‘흘러보다’에 대응한다. ‘속빠기’ 위해서는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기도 하고, 말하게 해서 속마음을 헤아리기도 한다. 특히 ‘여러 말을 하게 하여 속마음을 알아보기’도 하는데, 이를 ‘말빠다’라 한다. ‘속빠다’, ‘말빠다’의 ‘빠다’는 표준어 ‘빼다[拔]’에 해당한다.

①어떵 허는가 허는 거 보믄 대강은 알아져. 그게 속빠 보는 거주게.(어떻게 하는가 하는 거 보면 대강은 알 수 있어. 그게 뜨개질해 보는 거지.)

②귓고망 큰 사름 놈의 말 잘 들어. 게난 속빠는 말도 잘 들을 거 아니라게.(귓구멍 큰 사람 남의 말 잘 들어. 그러니까 뜨개질하는 말도 잘 들을 거 아니야.)

③속빠 보카 헨에 막 꾸실리멍 들어봐도 시 안 아라.(뜨개질해 볼까 해서 막 구슬리며 물어봐도 끝내 안 말하더라.)

④이 말 저 말 들어보는 건 말빠젠 허는 거라.(이 말 저 말 물어보는 건 ‘말 빼려고’ 하는 거야.)

예문 ①은 상대방의 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심부름을 시키거나 할 때 하는 말로, ‘어떻게 하는가 하는 거 보면 대강은 알 수 있어. 그게 뜨개질해 보는 거지.’ 하는 뜻이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의 심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잔일을 시킨다. 밥통에는 밥이 한 그릇 반 정도 남아 있으며, 한 사람을 위하여 밥상을 차리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밥 한 그릇만 뜨고 그냥 밥통을 닫아서 내버릴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나머지 밥을 뜨고 나서 밥통을 씻어서 깨끗하게 뒷정리를 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일을 시킨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둘을 비교를 하게 되고, 그 결과 각각의 심성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예문 ①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예문 ②는 귓구멍 큰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잘 듣는다고 한다. 귓구멍이 크다 보니 꾐에도 잘 넘어가 떠보는 말에도 그냥 휘둘릴 수 있다는 말로, ‘귓구멍 큰 사람 남의 말 잘 들어. 그러니까 뜨개질하는 말도 잘 들을 거 아니야.’ 하는 뜻이다. 남의 말을 잘 들이니 ‘속빠는’ 말도 잘 들을 거라고 예단하는 것이다.

예문 ③은 ‘속빠려고’ 아무리 꾀어도 잘 넘어가지 않을 때 하는 말로, ‘뜨개질해 볼까 해서 막 구슬리며 물어봐도 끝내 안 말하더라.’ 하는 뜻이다. 여기서 ‘꾸실리다’는 표준어 ‘구슬리다’에 대응하는 어휘이며, ‘들어보다’는 ‘물어보다’[問]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다. “언제 서울 감시녠 들어보라.(언제 서울 가느냐고 물어보아라.)”, “강 잘 들어보라.(가서 잘 물어보아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듣다’는 문장에 따라서 ‘듣다’[聽] 또는 ‘듣다’[問]로 그 뜻이 갈리기 때문에 구분이 필요하다. 또 ‘시’는 표준어 ‘끝내’에 해당하는 말이며, ‘다’는 ‘말하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다.

예문 ④는 ‘말로 남의 속마음을 슬그머니 떠보다.’는 뜻을 지닌 ‘말빠다’가 쓰인 경우로, ‘이 말 저 말 물어보는 건 남 ‘말 빼려고’ 하는 거야.’ 하는 말이다. 이 말 물어보고, 저 말 물어보고 하면서 속마음을 떠보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게 하다 보면 본심이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들어보다’는 ‘물어보다’의 뜻이며, ‘말빠다’는 ‘말을 하게 하여 속마음을 알아보는 것’으로, 마뜩한 대응 표준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