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가당

‘가당’은 ‘어쩌다가 이따금’이란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가다가’에 해당한다. 품사는 부사다.

①입이 막 무거와. 가당 는 말이 ‘나 몰라’라.(입이 아주 무거워. 가다가 말하는 말이 ‘나 몰라’야.)

②게난 잘 틈재우지 아녀믄 가당 밥이 서는 수가 잇어.(그러니까 잘 뜸들이지 않으면 가다가 밥이 서는 수가 있어.)

③간혹 가당 쉐로도 밧려.(간혹 가다가 소로도 밭 밟아.)

④누엔 가당 멧 집이 헷주 매 집이  건 아니.(누에는 가다가 몇 집이 했지 매 집이 한 것은 아니.)

예문 ①은 말수가 적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로, “입이 아주 무거워 가다가 하는 말이 ‘나 몰라.’야”라는 것이다. 얼마나 입이 무겁고, 말수가 적어야 이런 말을 할까? 한다는 말도 고작 “나 몰라.”라는 세 음절이다. 정말 입이 무거운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예문 ②는 밥을 지을 때 하는 말로, ‘잘 뜸들이지 않으면 가다가 밥이 서는 수가 있다.’는 경계의 말이다. 여기서 ‘틈재우다’는 표준어 ‘뜸들이다’에 해당한다.

예문 ③과 ④는 ‘밭 밟기’와 ‘누에치기’라는 민속과 관련된 문장들이다. 예문 ③은 밭 밟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밭 밟는 일은 말[馬]이 전담하지만 말이 없으면 소[牛]로도 밭을 밟는다는 것이다. 특히 밭을 밟는 일은 조 농사를 할 때는 필수 사항이다. 이는 화산회토라는 제주도 토질에 따른 민속이다. 여기서 ‘밧 리다’는 ‘조 따위를 파종한 다음 마소와 사람의 발로 갈아 놓은 밭을 단단하게 밟다.’는 의미를 지닌다. 대역할 표준어는 없다. 한편 예문 ④는 누에치기와 관련, ‘누에는 가다가 몇 집이 했지 매 집이 한 것은 아니’라는 말로, 누에치는 집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사 ‘가당’은 형태가 같고, ‘가다가’로 대역되기 때문에 동사 ‘가당’과 혼동되기도 한다.

⑤˗1 가당 멀걸랑 돌아상 와붑서게.(가다가 멀걸랑 돌아서서 와버리세요.)

⑤˗2 가당 보믄 하영 봐져.(가다가 보면 많이 보여.)

⑤˗3 사름이 쉐 조름에 상 왕 허민 가당 사고, 머식 민 가곡 경헤.(사람이 소 꽁무니에 서서 ‘왕’ 하면 가다가 서고, ‘머식’ 하면 가고 그래.)

⑤˗4 셍각 없이 가당 보민 베미가 옆으로 술술 감앙 탁 만나근에 또 주침허멍 노레곡.(생각 없이 가다가 보면 뱀이 옆으로 술술 감아서 턱 만나서 또 주춤하며 놀라고.)

⑤˗1~4의 ‘가당’은 모두 동사로 쓰인 경우이다. 표준어로 대역된 부분을 읽어보면 ‘가다[去]’라는 기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위에서 본 부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문 ⑤˗1의 ‘돌아사다’는 ‘돌아서다’, ⑤˗2의 ‘하영’은 ‘많이’에 해당한다. 예문 ⑤˗3은 소를 다룰 때 하는 말로, ‘사람이 소 꽁무니에 서서 ‘왕’ 하면 가다가 서고, ‘머식’ 하면 가고 그래.’ 하는 뜻이다. 예문 ⑤˗4는 ‘생각 없이 가다가 보면 뱀이 옆으로 술술 감아서 턱 만나서 또 주춤하며 놀라고.’ 한다는 말이다.

또 ‘가당’이 ‘오당’과 연결되어 ‘가당오당’ 또는 '오당가당’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때는 ‘어쩌다가 가끔’의 의미로, 표준어 ‘가다오다’나 ‘오다가다’에 해당한다. 물론 품사는 부사다.

⑥가당오당 밧으로 나썩 가는 사름도 잇어.(가다오다 밭으로 하나씩 가는 사람도 있어.)

⑦베랑 엇어. 가당오당 헷주 전문으로 허는 사름 엇어난.(별로 없어. 가다오다 했지 전문으로 하는 사람 없었어.)

예문 ⑥은 ‘가다오다 밭 전체에 한 종류의 농작물을 가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고, 예문 ⑦은 ‘가다오다 했지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위 예문 ⑥ ⑦에서 ‘가당오당’ 대신에 ‘오당가당’으로 바꿔 써도 뜻에는 차이가 없다. 표준어로는 ‘오다’가 앞선 ‘오다가다’로 대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