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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빗살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8-11-25   조회수 : 29

76. 빗살

 

‘빗살’은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성기게 떨어지는 빗방울’의 뜻으로, ‘비꽃’에 해당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비꽃’은 북한어로 올라 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1992)에 따르면, ‘비꽃’(1562면)은 ‘비꼬치’의 준말로 되어 있고, ‘비꼬치’는 ‘떨어지는 비의 하나하나의 꼬치’라 풀이하고 있다. 또 ‘꼬치’(1158면)는 ‘하늘에서 성글게 떨어지는 눈송이나 빗방울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꼬치’와 ‘비꽃’의 관계에 따라,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 성기게 떨어지는 눈송이’는 ‘눈꼬치’가 되고, 그 준말은 ‘눈꽃’이어야 한다. 그런데 ‘눈꼬치’라는 어휘는 없고 ‘눈꽃’(631면)만 표제어로 올라 있다. ‘비꽃’, ‘눈꽃’을 고려하여 ‘빗살’의 대응어로 ‘비꽃’을 제시한다.

이 ‘빗살’은 ‘다’와 연결되어 ‘빗살다’로 많이 쓰이는데, ‘비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다.’는 뜻을 지닌다.

 

①보리 헐 때 빗살 나썩 헤 가믄 다덜 화륵허여.(보리 할 때 비꽃 하나씩 해 가면 다들 화급해.)

②빗살이 선득선득헤도 기분은 경 나쁘지 아녀다.(비꽃이 선득선득해도 기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③요센 빗살험 시작허믄어이에 고레장비로 와.(요사이 비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한 사품에 억수로 와.)

④빗살허는디 귤 타레 가지쿠강?(비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귤 따러 갈 수 있겠습니까?)

 

예문 ①은 보리 농사할 때 자주 들었던 말로, ‘보리 할 때 비꽃 하나씩 해 가면 다들 화급해.’ 하는 뜻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바쁜 철이 보리를 거두어들일 때다. ‘보리 실 땐 가시아방 와도 조롬으로도 절 트멍 엇나.’라는 속담이 실감 난다. ‘보리 가을 땐 장인어른이 와도 꽁무니로도 절할 틈 없다.’ 하는 뜻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이다. 이런 분주한 때 ‘빗살’이라도 하나둘 뚝뚝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정신없는 것이다. ‘이레 화륵 저레 화륵’ 하면서 비설거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화륵허다’는 ‘타는 불과 같이 매우 급하다’는 뜻으로, 표준어 ‘다급하다’ 또는 ‘화급하다’에 대응한다.

예문 ②는 여름철에 들었던 말로, ‘비꽃이 선득선득해도 기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옷은 뭉뚱그려 돌 틈에 쑤셔 넣었으니 옷 젖을 염려는 없고, 볕에 달아오른 몸이라 ‘빗살’이 오히려 몸을 선득선득하게 자극해 주니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 비가 오더라도 ‘넘어가는비(여우비)’거니 생각하면 오히려 더 편하다. ‘빗살헤도’ 신나게 물속에서 장난치며 놀았다.

예문 ③은 ‘빗살다(빗살허다)’가 쓰인 경우로, 요즘 비의 성격을 말해주는 말이다. 곧 ‘요사이 비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한 사품에 억수로 와.’ 하는 뜻이다. 이제는 제주도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열대지방의 스콜처럼 한바탕 소나기로 지나간다. 여기서 ‘빗살다’는 ‘비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다.’는 뜻으로, 대역할 마뜩한 표준어는 없다. ‘어이’는 ‘어떤 일이 진행되는 바람이나 겨를’의 뜻으로, 표준어 ‘사품’에 대응하며, ‘고레장비’는 ‘마구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로 ‘억수’를 뜻한다.

예문 ④는 요즘처럼 귤 따는 철에 자주 듣는 말로, ‘비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귤 따러 갈 수 있겠습니까?’ 하는 뜻이다. 비에 젖은 귤은 따면 보관에 문제가 생긴다. 오래 보관하지 못하고 쉬 썩어버린다. 귤을 따다가도 비가 오면 중단한다. ‘빗살허기’ 시작하고 비가 커지면 과수원 주인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고, 놉으로서는 쉬는 날이 생겨 좋은 일이다. 여기서 ‘타다’는 표준어 ‘따다[摘]에 대응하는 어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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